당근으로 이사비 보탠 호치민 해외이사 후기
설렘보다 정리가 더 힘들었던 호치민 해외이사 후기
베트남 이사를 결정하게 된 건 2025년 11월이었다.
그 당시에는 무엇부터 정리를 해야 할지 감도 오지 않았다. 그래서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정말 천천히 하나씩 정리해보자는 마음으로 가져갈 것과 버릴 것을 먼저 분류하기 시작했다.
옷장부터 열어봤다.
5년 이상 입지 않은 옷들을 거의 두 상자 가까이 버렸다. 그래도 쉽게 결정되지 않는 옷들은 따로 상자에 담아두고 매일 스스로에게 물었다.
‘이걸 정말 가져갈까?’
‘아니면 두고 갈까?’
그 질문은 몇 달 동안 계속 이어졌다.
하지만 막상 정말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오니 무섭게 정리가 되기 시작했다.
1월 초가 되자 아이들 방학까지 겹쳤다. 하루 세 끼를 챙겨주면서 동시에 짐 정리를 해야 했는데, 그때 내가 가장 힘들었던 건 의외로 ‘당근’이었다.
당시 내 당근 온도는 36.7도였다.
미뤄두었던 아이들 전집을 정리하기 위해 박스를 구하는 일부터 쉽지 않았다. 매번 아파트 재활용 수거함을 들락날락하며 박스를 주워 왔고, 당근에 글을 올리고 책을 박스에 담고 다시 옮기는 일을 반복했다.
당시 집에 있던 책은 만화책까지 포함해서 30질 정도였던 것 같다.
주방도구도 정말 많았다. 독일제 인덕션, 잘 쓰지 않던 물건들, 그리고 한 번 타고 보관만 해두었던 스키 세트까지 정리하기 시작했다. 스키 세트는 너무 늦게 올리는 바람에 결국 한 세트만 판매할 수 있었다.
그렇게 두 달 가까이 당근을 하다 보니 내 온도는 48.7도까지 올라가 있었다.
우리는 회사 지원을 받는 주재원이 아니었다.
자비로 해외이사를 해야 했기 때문에 정말 어떻게든 짐을 줄이고 이사비를 마련해야 했다.
그 두 달 동안 당근으로 번 돈만 약 350만 원 정도였다.
물건을 하나씩 팔 때마다 집은 조금씩 비워졌지만 이상하게 마음은 점점 더 복잡해졌다. 오래 쓰던 물건들이 하나둘 사라질 때마다 진짜 한국 생활을 정리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한 달이 또 지나고, 아파트 산책을 하던 중 우연히 이사 차량을 발견했다. 명함을 하나 받아왔는데 나중에 호치민 맘카페에서 해외이사 후기를 찾아보다가 깜짝 놀랐다. 후기에서 많이 언급되던 업체와 같은 곳이었던 것이다.
원래 해외이사는 보통 2~3개월 전에 계약한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는 무슨 무대포였는지 출국 2주 전에야 겨우 계약을 진행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아찔하다.
퓨맥스 실장님도 당황한 표정을 애써 숨기시던 모습이 아직 기억난다.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난다.
우리는 짐이 아주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아직 비자가 나오기 전 상태에서 출국하는 상황이라 대리 통관비가 추가로 들어갔다.
- 대리 통관비 200달러
- 보험료 1.5%
- 운송비 395만 원
총 비용은 약 438만 원 정도였고, 여기에 가계약금 50만 원까지 더하면 거의 490만 원 가까이 들었다.
당근으로 번 돈 대부분이 그대로 해외이사 비용으로 들어간 셈이다.
이사 날짜는 3월 초, 출국 하루 전으로 정했다.
그때부터 나는 거의 집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매일 정신없이 짐만 싸며 살았다.
비행기로 가져갈 짐도 따로 준비해야 했다.
냄비 2개, 프라이팬 1개, 밥그릇과 국그릇 각 4개, 수저 세트, 물컵, 텀블러, 3주 정도 입을 옷가지와 속옷, 양말, 여름 이불과 베개, 매트리스 커버, 다이슨 청소기, 드라이기, 책 몇 권, 양념과 조리도구들까지 모두 챙겼다.
쿠팡에서 주문한 플라스틱 이사박스에 짐을 담고, 혹시 몰라 큰 김장비닐로 한 번 더 감싼 뒤 박스테이프로 포장했다.
그렇게 완성된 박스는 총 8개였다.
기내에는 큰 캐리어 1개, 작은 캐리어 2개, 백팩 1개까지 가득 채워서 탑승했다. 이렇게 많은 짐을 가져갈 수 있었던 건 마일리지로 프레스티지 좌석 업그레이드를 했기 때문이다.
프레스티지는 1인당 32kg짜리 짐 두 개까지 가능했다.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았으면 정말 어쩔 뻔했나 싶다.
지금 생각하면 눈물 나는 짠내 이사였다.
이사업체로 보낸 짐은 생각보다 단출했다.
피아노, 세라젬 안마기, 필라테스 운동기구 베럴, 이층침대, 아이들 책상과 의자, 서랍장, 옷장, 주방도구와 옷가지 정도였다.
거의 원룸 이사 수준이었다.
이사 당일에는 지방으로 가는 다른 이사 일정도 함께 잡혀 있었다. 새벽 6시부터 가전제품을 먼저 옮겼고, 해외이사 짐은 오전 9시부터 시작됐다.
사실 업체분들이 들어오시면 내가 할 수 있는 건 거의 없었다.
그런데 그 모습을 보며 정말 놀랐다.
박스를 그냥 가져오는 게 아니라, 짐 모양에 맞춰 직접 입체적으로 박스를 만들어 포장하는 방식이었다. 특히 피아노 포장을 하는데 정말 감탄했다. 피아노 모양 그대로 본떠서 박스를 만드는 모습을 보며 그제야 해외이사가 왜 비싼지 이해가 됐다.
정말 전문 기술처럼 느껴졌다.
점심시간이 지나도 작업은 끝나지 않았고, 오후 3시쯤 되어서야 모든 이사가 마무리됐다. 박스는 총 33박스가 나왔고 크기는 각기 달랐다. 박스가 몇개가 중요한게 아니고 전체 부피가 얼마냐에 따라 추가 금액이 발생 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 우리는 공항으로 향했다.
호치민에 도착해 짐을 찾다가 또 하나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이사박스는 테이핑을 한 면도 빠짐없이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앞뒤만 테이핑하고 옆면은 하지 않았는데, 그게 문제였다. 박스 3개가 터져 있었다.
다행히 안쪽에 김장비닐로 한 번 더 포장해둔 덕분에 큰 문제는 없었다.
만약 비닐 포장을 하지 않았더라면 정말 끔찍했을 것 같다.
배로 보낸 짐은 약 2주 만에 도착했지만 통관에만 3주가 걸렸다.
그리고 드디어 짐이 들어오는 날, 퓨맥스와 계약된 현지 한국 이사업체 코넷익스프레스에서 이사짐을 가지고 왔다.
현지 베트남 직원분들 6명이 함께 오셨고, 그중 한국어가 가능한 실장님이 계셨다. 너무 공손하게 인사해주셔서 나도 같이 인사를 드렸다.
나머지 분들은 연세가 있으신 베트남 분들이라 처음에는 조금 걱정이 됐지만 결과적으로 큰 문제 없이 무사히 짐 정리를 마칠 수 있었다.
처음 해본 해외이사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했다.
신경 써야 할 것도 많았고 피로감도 오래 갔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보내는 짐, 출국할 때 들고 온 짐, 나중에 도착한 배편 짐까지 정리하다 보니 이사를 세 번 한 기분이었다.
지나고 나니 드는 생각은 딱 하나다.
해외이사는 정말 쉽지 않았다.
그리고 솔직히 두 번은 하고 싶지 않다.